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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짧은 내용 긴 생각 ​· 청소년 철학책 '오직 토끼하고만 나눈 나의 열네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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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안나회그룬드

그림 : 안나회그룬드

번역 : 이유진

출판 : 우리학교

발행 2018. 04. 25

안나 회그룬드 : 1958년 태어난 그림책 작가이자 화가이다. 과장되지 않은 따뜻함과 진정한 아이다움을 그림 속에 녹이는 재능으로 '울타리 너머 아프리카', '휘파람 할아버지' 등의 그림을 그렸다. 엘자 베스코브상, 어거스트상과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글자 수가 많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는 청소년 철학 책

간단하지만,

간단하지 않은,

오래 여운이 남는,

오래 생각하게 하는,

아이와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책

솜으로 귀를 틀어막아도

아무 소용이 없었어

어떤 소리는 무척 잘 들렸거든.

귀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친밀감은

아마도 자기 안에서

찾아내야 하겠지

 

내가 거의 매일 느끼는 무엇인가를 가리키는 말이 있더라.

어떤 순간에 뚜렷이 알았냐고?

도랑을 내려다보며 서 있었거든.

문득 올려다보니 어디든 빠짐없이 그 말이 쓰여 있는 거야.

의미 없다. 모든 건 의미 없다.

끔찍했지만, 동시에 좋기도 했어.

드디어 딱 들어맞는 말을 찾았으니까.

나보다 먼저 세상을 살아간 토끼들이 나와 똑같은 걸 느끼고,

거기에 어울리는 표현도 벌써 붙여 준 거잖아.

일종의 공동체나 다를 게 없어.

사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좋아.

하지만 내 존재가 희미하게 사라질까 봐.

남들과 다를 게 없는 생각을 할까 봐.

그래서 혼자 있으려고 하는 거야.

가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나는 나 아닌 다른 누군가로 변장한 것만 같아.

그 사람도 물론 나를 닮았지만

진짜 나 자신은 사람들 언저리에 존재해.

나는 거울 속에 보이는 모습이기도, 아니기도 해.

그림 속 엷은 빛깔처럼 희미하게 보일까?

나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지만 확실한 건 없지. 뭐.

내 문제가 뭐냐고?

생각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철학자라는 거야.

만일 내가 뭔가를 이해한다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해하는 거야.

그 방식은 말에서 벗어나 있으니까.

어렸을 때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하곤 했어.

두려움은, 우리가 무섭게 여기는

적들이 많았던 옛날부터 전해진

오랜 습관일 뿐이라고

이제 우리는 집 안에서 사니까

두려움이 더는 제구실을 못하지.

 

하지만 오랜 습관들을 벗어나기는 어려워.

그리고 새로운 적들이 나타날 수도 있잖아?

생각해 보면 세상 모든 건 좋고 나쁨이

동시에 존재하니까.

재미있는 일 뒤에는

그걸 조금 비튼다면 보이는

슬픔의 그림자가 어둠을 드리우지.

더 많이 비틀수록, 방금 보고 웃었던 건 더 불안해져.

모든 게 동시에 그와는 정반대라는 사실을

순수하게 과학적으로 증명해 낼 수 있을까?

정말 궁금해.

사람에게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이란 말에 동의해.

하지만 세상 모든 게 동시에 그와는 정반대니까.

사람은 자기 자신의 가장 절친한 친구일지도 몰라.

오늘 나는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

나는 존재하는 모두와 연결되어 있어.

그건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감정이야.

세상은 그저 쉼 없이 모습을 바뀌어 갈 뿐인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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