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이상혁의 영향력이 다른 게임에도 쉬지 않고 퍼진다. 이번에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패치 개선에 영향을 주면서 팬들의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페이커는 지난 18일 밤, 자신의 개인 방송에서 전현직 T1 팀 동료들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함께 즐겼다. 사다리 타기로 게임 종목을 선정한 뒤 가벼운 내기를 걸고 진행했으며, 1만 명 가량 시청자가 모여 방송을 함께 지켜봤다.
초반 카트라이더에 숙달되지 못해 패배를 거듭한 페이커는 새벽까지 연습장에 들어가 주행 기술을 다시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숏커팅이나 최적화 드리프트 등 과제 안내를 읽는 과정에서 "도움말을 읽어도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이해하기 어려운 곳들을 짚어가며 다시 물어보는 모습을 보였다.
그 가운데서도 빠르게 게임을 익히는 재능에 팬들의 감탄을 사기도 했다. 세부 조작을 이해하기 위해 관전을 통해 자체 분석하고, 약 2시간 만에 어려운 기술을 구사하면서 숙련자들에 근접한 주행을 펼쳐 강한 인상을 남겼다.
19일 오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20일 실시할 개선과 업데이트를 담은 패치노트를 공개했다.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난 오후 1시경 한 가지 내용이 더 추가됐다. 바로 페이커가 어려움을 토로한 연습장 안내 개선이었다.
연습을 제공하는 각 기술 명칭에 난이도 표시를 제공하고, 도움말 역시 더욱 상세하게 변경했다. 예를 들어 최적화 드리프트 안내는 개선 전까지 '감속을 최소화하여 드리프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가 전부였다. 하지만 패치를 통해 '드리프트 전 방향키를 먼저 누르고, 드리프트 도중 반대 방향키를 눌러 드리프트를 종료'한다는 세세한 조작 설명이 추가되어 설명만 읽고 실행에 옮기는 일이 가능해졌다.
페이커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아이콘이자 세계 최고의 프로게이머로 불린다. 2013년 데뷔 후 2023년, 2024년 월드 챔피언십 우승까지 총 5회 월즈 트로피를 거머쥐며 지금도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는 LCK 정규 리그 전까지 잠시 휴식기를 가지면서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중이다.
이런 에피소드는 처음이 아니다. 시즌이 비는 기간이면 팀 동료들과 다른 게임을 함께 하면서 힐링 방송을 진행하곤 했다. 또한 게임마다 큰 영향력을 미치며 e스포츠를 넘어 게임계 인플루언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월즈를 우승하고 돌아온 지난해 11월경 주기적으로 함께 즐긴 마피아류 게임 '락다운 프로토콜'이 대표 사례다. 국내에서 큰 반향 없던 게임이 페이커 플레이를 계기로 한국 스팀 인기 최상위에 올랐고, 지금까지 각종 멀티플레이와 합동 방송 콘텐츠가 활성화되어 있다.
페이커의 타 게임 방송은 관련 운영진에게도 좋은 기회로 꼽힌다. 초심자 입장인데 게임 이해 능력이 매우 높은 뉴비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입수할 기회는 극히 드물다. 패치노트에 페이커가 따로 언급되진 않았으나, 유저들은 정황상 이번 방송이 게임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게이머들은 "대상혁은 다른 게임도 정상화한다", "우리 게임도 한번 해주고 문제점을 찾아줬으면 좋겠다"며 신기함을 표했다. 또한 어떤 게임이든 빨리 적응하고 좋은 변화를 가져다주는 페이커에게 다시 한번 감탄하는 분위기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2023년 출시한 카트라이더 계승작이다. 출시 초기 흔들리는 시간이 있었으나, 작년 하반기부터 PC 플랫폼에 집중해 업데이트와 개선 속도를 높이면서 서비스 유저 풀을 쌓아나가고 있다. 이번 일을 기폭제로 신규 유저를 끌어들이면서 다시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